‘패시브하우스 전도사’로 변신한 까닭은 뭘까
입력 2014.05.12 14:35
풍산우드홈 김창근 대표…“전원주택 전성시대 열릴 것”
풍산우드홈 김창근 대표는 지난 20여 년 동안 목조주택 건축의 한 길만 고집해 온 사람이다.내 집을 짓는다는 장인 정신으로 현재까지 전국에 수 백여 채의 목조주택을 지었다. 이 같은 장인 정신은 유난히 부침이 심한 전원주택 시공업계에서 그가 장수하고 있는 비결이다.
‘나무는 살아서 100년, 죽어서 100년 간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 그만큼 목조 건축물이 수명이 길다는 의미이지만 나무로 지은 집이 사람의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주택 건축 방식에서 '웰빙' '친환경'으로는 목조주택 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지금까지 목조주택이라는 한 가지 주제에만 몰두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김 대표는 전원주택 업계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국내에 전원주택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1980년대 중반 전원주택 시장에 발을 디딘 이후 90년대 준농림지 시대와 IMF 외환위기, 2000년대 관리지역 시대와 세계 금융위기 등을 헤쳐왔기 때문이다.
1989년 풍산로그홈을 설립한 뒤 99년 12월 풍산우드홈으로 상호를 바꾸고 현재는 에너지 절약형 주택인 패시브하우스 대중화에 공력을 쏟아붓고 있다.
페시브하우스는 난방설비 없이도 20℃정도의 따뜻한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건축물을 말한다. 태양의 빛과 열을 큰 창을 통해 받아들여 난방을 하는 방식. 이때 받아들인 열 에너지를 고단열, 고기밀, 로이코팅 3중 유리 유럽식 시스템 창호, 열회수환기장치, 외부차양장치 등 5가지 기술로 실내에 가둬 두고 에너지 손실을 최대한 차단하는 친환경 건축물이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 이사로 패시브하우스 보급에 헌신하고 있는 그를 두고 업계에선 '패시브하우스 전도사'라 부른다.
평범한 건설업체의 회사원에서 전원주택 시공 전문가를 거쳐 패시브하우스 전도사까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김 대표에게 전원주택 시장의 현 주소를 물었다.
30,40대 중심으로 전원주택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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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산우드홈 김창근 대표 |
-80년대 전원주택 시장은 어땠나.
"80년대 중후반은 국내에 전원주택이라는 용어가 막 등장했던 시기다. 당시 우리나라 경제는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3저 호황’을 구가하고 있었다. 이때 소득 수준이 높아진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주말별장 수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내 각 신문의 부동산 광고면에 '전원주택 매매'라는 문구가 처음 등장한 것도 바로 이 무렵이다.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전원주택이 보통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10년쯤 뒤인 90년대 중반이다."
-전원주택하면 비싼 건축비가 떠오른다.
"국내 전원주택 건축시장에는 고질병이 하나 있다. 건축비를 '평당 얼마'로 환산하는 버릇이다. 시공업체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도 바로 이 대목이다. 아파트와 같은 규격 상품은 평당 얼마라는 가격 개념이 비교 잣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건축방식이나 마감재 수준에 따라서 가격 차가 천차만별인 전원주택의 경우에는 평당 가격으로 따질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전원주택 시장의 성장속도가 예상보다 더딘데.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인들은 아파트에 열광했다. 아파트가 가장 뛰어난 재테크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아파트는 단독주택보다 서너 배 높은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파트 청약에 당첨만 되면 곧바로 중산층에 편입됐다. 반면 전원주택은 환금성이 떨어지고 재산증식 수단으로 가치가 떨어졌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극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예전처럼 아파트 값이 오르지 않고 되레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아파트만 고집하던 사람들도 더 이상 비싼 관리비를 물며 굳이 도심의 아파트에 살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30∼50대 연령층을 중심으로 다시 전원주택 붐이 일고 있다. 같은 값이면 답답한 아파트보다 잔디 마당이 있는 교외 단독주택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원주택 붐이 일 것으로 보나.
"그렇다. 1990년대에 이어 다시 전원주택 열풍이 불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과거와 다르다. 과거 상류층 중심이었다면 요즘엔 중산층 가세가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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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산우드홈 김창근 대표는 최근 한국형 패시브하우스 브랜드인 e블레시움을 출시했다. 사진은 풍산우드홈이 경북 함양 행복마을에 지은 패시브하우스다.
한국형 패시브하우스 ‘e블레시움’ 론칭
-2008년부터 패시브하우스에 올인하고 있다. 그 계기와 배경은.
"20년 이상 전원주택 설계·시공을 하면서 건축주들이 난방 에너지 절약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난방 에너지 최소화 방안을 고민하던 중 에너지 초절약형 주택인 패시브하우스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8년 당시 정부의 새로운 국가비전이었던 저탄소 녹색성장과 녹색 뉴딜정책의 핵심사업중 하나인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의 일환으로 건축된 시범주택의 목구조 지붕공사에 참여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공부와 연구, 설계와 시공에 뛰어들었다."
-패시브하우스는 어떤 집인가.
"학술적인 표현보다는 일반적인 개념으로 말하자면 난방설비 없이도 20℃정도의 따뜻한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건축물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무한 에너지인 태양의 빛과 열을 큰 창을 통해 받아들여 난방을 하는 방식이다. 이때 받아들인 열 에너지를 고단열, 고기밀, 로이코팅 3중 유리 유럽식 시스템 창호, 열회수환기장치, 외부차양장치 등 5가지 기술로 실내에 가둬 두고 에너지 손실을 최대한 차단하는 친환경 건축물이다."
-왜 패시브하우스인가.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화석에너지 고갈, 이산화탄소 배출 급등 등에 따른 시대적 요청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안 중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패시브하우스다. 지구 온난화 물질인 이산화탄소 배출의 최대 주범인 화석에너지 사용량 중 약 24%가 주택 난방에 쓰이는데, 패시브하우스는 약 10%의 에너지만으로도 난방이 충분하다.“
-한국에서 패시브하우스 보급이 더딘 이유는.
"첫째 이유는 아직까지도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일반주택 대비 패시브하우스 관련 자재 공급시장의 비활성화로 경쟁력이 없어 건축공사비가 실제적으로 약 30~40% 상승되기 때문이다. 셋째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유럽에 비해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패시브하우스 보급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 설계 시공에도 패시브하우스 기준 적용을 강력하고도 시급하게, 제도적으로 적용해 나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의 유럽과 같은 세제 혜택과 주택 신축자금 장기저리 대출 등 현실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패시브하우스 시공시 패시브하우스의 5가지 요소기술 공사대금을 일부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년 이상 전원주택시장에 몸 담아 왔다. 하고 싶은 말은.
"지난 몇년 동안 패시브하우스를 설계 시공하면서 전원주택에서 원칙 시공과 정밀 시공의 결과물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생생히 보고 들었다. 패시브하우스는 난방비가 90%가량 줄어들고 아이들의 아토피와 천식이 개선되는 건강주택이다. 그런데 원칙을 무시하고 잘못 시공된 주택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난방비와 결로, 곰팡이 문제 등이 발생해 집 주인을 괴롭힌다. 이런 문제를 패시브하우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풍산우드홈은 국내에서 가장 처음 목구조 패시브하우스를 지었고, 또 가장 많이 목구조 패시브하우스를 설계·시공한 경험이 있다. 풍산우드홈은 이런 노하우가 집약된 'e블레시움 홈플랜' 시리즈를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e블레시움은 풍산우드홈이 개발한 패시브하우스 브랜드다. 따뜻하고 쾌적한 패시브하우스의 혜택과 축복을 누리는 집이라는 컨셉을 담았다.
e블레시움은 목구조 패시브하우스, 저에너지 하우스를 표준화한 것이다. 건축 과정의 합리화를 통해 시공 원가를 절감하고, 노하우가 집약된 첨단 패시브 건축공법을 적용해 평당 건축단가를 낮추고, 평형별 표준설비를 적용해 설계비 부담에서 벗어나 건축주의 비용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김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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