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와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건축 시공 체크리스트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21.03.05 15:05

왜 건축을 하는지 목적을 명확히 하고, 현장 상황과 전문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

부동산 시장에 있어서 집은 순수 주거의 목적이 아닌 투자 및 라이프 스타일을 높이기 위한 열망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집을 짓는 것에 개인들의 관심이 높아졌으며, 그중에서 시간과 비용의 투자가 가장 많은 시공 분야를 막막해 하는 경우가 많다. 시공은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지만 기초적인 몇 가지 사항을 알고 접근을 한다면 실패의 확률을 조금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예비 건축주들이 꼭 알아야 할 몇 가지 시공 체크리스트를 말씀드린다.

첫째, 집을 짓는 목적을 명확히 해야

개인이 부동산 개발을 하는 데 있어서, 과거와는 다르게 투자의 규모가 다양해지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불확실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마땅한 투자처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과, 그로 인한 안정된 자산의 욕구와 개인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고 싶은 욕구로 크게 나뉜다. 즉, 부동산 개발은 수익성과 비수익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건축주가 부동산 개발을 하는 여러 단계에서 가장 신경을 쓰게 되는 부분은 시공 단계이며, 그 이유는 토지 매입과 더불어 가장 큰 비용이 투자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시공사와의 시작을 기분 좋게 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집을 짓는 목적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수익을 목적으로 건축을 한다면 분양 및 임대가 잘 나갈 수 있는 보편적인 설계를 하는 것이 필요하며 비수익형, 즉 본인이 거주할 목적이라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원하는 시공 금액을 시공사와 조율을 할 때 가장 우선적인 부분은 새로 지을 건축물이 어떤 목적을 가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 건축주의 입장에서 시공은 매우 전문적인 분야이고, 돈과 직결되기 때문에 시공사와 분쟁의 여지가 크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둘째, 시공은 건축사가 그려준 스케치에 색깔을 입히는 과정

좋은 시공사는 건축주가 원하는 집을 지어주는 시공사가 아니다. 설계도서에 나타나 있는 도면과 최대한 유사하게 건물을 지어주는 시공사가 좋은 시공사다. 설계도서는 모든 인허가와 관련된 법적인 내용과 시공과 관련된 기술적인 내용을 포함한 집약체이다. 때문에 시공사는 모든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설계도서에 맞게 시공을 하고, 이를 잘 이행하는 곳이 좋은 시공사다.

좋은 그림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색깔을 입히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 바탕이 되는 스케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시공사의 선정이 건축사의 선정보다 우선시 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유는 건축사가 그려준 도면을 토대로 시공사에게 견적의뢰를 하여 건축주가 원하는 시공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조언을 하자면, 시공사를 선정하고 계약을 하기 전 건축사와 시공사가 함께하는 몇 차례의 미팅을 가질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이 과정을 통해 현장 여건에 맞는 기술적인 부분을 건축사와 상의하고 현장의 문제점을 최소화시킬 수도 있으며, 추후 발생될 수도 있는 공사금액의 증감에 있어서도 미리 확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규모 주택의 경우 사선제한 때문에 건물이 똑바로 올라가지 못하고 사선으로 올라가거나 꺾여서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사선으로 올라갈 경우 건물의 외관에 집중을 하여 마감재를 선택하거나, 하늘창이라고 해서 천정에 창을 넣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필자는 방수의 문제로 인해 사선의 마감재 선택에 조언을 하고 하늘창 부분을 빼자고 보통 이야기를 한다. 이러한 협의를 하기 위해서는 시공계약 전 몇 차례의 미팅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또한 설계도서를 만들 때 최대한 세부항목들을 도서에 포함시키는 것을 조언 드리고 싶다. 마감재료의 종류 및 위생기기 조명의 위치, 난간의 디자인 등이 설계 단계에서 반영되지 않으면 공정이 80% 이상 진행이 되고 나서야 건축주가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곧 시공사와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셋째, 공사 기간과 수익까지 큰 영향을 주는 민원 처리

건축주들이 가장 쉽게 생각하면서 넘어가는 부분이 민원 처리 부분이다. ‘내가 불편한 것은 남도 불편하다’는 생각을 가지면 조금 이해하기 쉬울 수 있다. 요즘에는 관계 기관에서도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관대하지 않지만 진실된 민원에 있어서는 민원처리가 공사 보다 항시 우선한다.

이 부분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나의 이익을 위해서 남이 피해를 보면 안 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나오는 민원들은 너무나 종류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소음 및 분진과 관련된 민원이며, 가장 많이 발생되는 것은 통행 관련 민원이 있다.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민원 중 거주자 우선 주차와 관련된 민원도 있다. 소규모 건축에서는 기존 구옥을 철거하는 경우에 대부분 발생한다.

수도권에서는 주차공간이 협소해서 단독주택 담장에 걸쳐 거주자 우선 주차가 표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신축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존 담벼락과 맞물려 있던 곳에 주차를 하는 사람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또한 기존 담벼락 부분이 주 출입로가 되는 경우는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이 해제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경우 기존 주차공간을 사용했던 민원인은 본인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주차장 확보를 요구하는데, 시공하는 쪽에서 주차장을 확보하거나 일정 부분 보상을 해주는 것이 공사의 진행에 있어서 가장 수월하다. 터무니없는 요구는 거절할 수 있지만 합당한 수준이면, 처리를 해주는 것이 전체적으로 봤을 때 현명한 처사이다. 주차요금의 일정 부분 보상금액이 공사 지연으로 이어지는 이자 부분 및 기회 가치보다 당연히 작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필자가 경험한 사례를 공유한다. 건물의 대수선 공사를 진행하는 현장에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려다 건축주와 임차인의 협의가 되지 않아서 서로 피해를 본 경우이다. 지하층의 임차인은 공사를 하면서 발생되는 손실에 대한 일정 부분의 협의를 원했지만, 건축주는 요구 사항이 과하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서로 감정도 격해졌다.

공사를 강행하려다 해당 층의 공사를 계속 못하게 되자, 건축주는 민원인과의 협의 없이 소송에 들어갔다. 하지만 법원은 임자인의 손을 들어주고 건축주는 소송을 취하해야 했다. 애초에 건물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설치하려고 했던 엘리베이터는 전 층 운행을 하지 못하고 일부 층만 운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결국, 공사 범위와 기간이 변동되어 시공사와도 협의를 해야 했다. 또한 소송과 협의 기간 동안 공사는 중지되었고 공사를 재개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 임차인과 원만히 소통되었다면 공사가 중지되는 일도, 엘리베이터를 일부 층만 사용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지극히 악성 민원이 아니라면 합리적으로 푸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넷째, 내 건물이 제대로 지어지고 있는지 확인

위에서 이야기했지만, 시공은 설계도서라는 스케치에 색칠을 하는 것이다. 그 칠을 하다 보면 스케치한 선을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에 확인 작업은 필요하다.

건축주는 비전문가라서 그 확인이 힘들다. 그래서 건축 현장에는 감리자라는 좋은 협력자가 건축주 옆에 있으며, 시공사가 제대로 건물을 짓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감리자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이 감리자를 통해 크게 4가지 정도만 확인을 하면 내 건물이 제대로 지어지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첫째, 건물의 크기 확인이다. 내 건물이 도면보다 줄어들거나 커졌는지, 건물의 위치가 땅에 제대로 들어섰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는 대지에서 건물의 거리 측정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도로에 바짝 붙어서 건물을 짓는 경우는 없으며, 옆에 건물이 붙어있으면 어느 정도의 거리를 띠우고 건축을 한다. 이는 법으로 정해진 사항이며 건축 도서에 명확하게 표기가 되어 있다. 때문에 도로에서 일정 거리 혹은 인접대지에서의 일정 거리를 띠우지 않고 건축을 하게 되면 건물을 잘라야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측량이라는 것을 한다. 측량 전에도 어느 정도 측정은 가능하기 때문에 감리자에게 이 사항을 꼭 확인받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건물의 뼈대인 철근의 간격과 사이즈를 확인하는 것이다. 비전문가인 건축주가 배근 확인을 하기에는 쉽지 않기 때문에 감리자를 통해서 확인을 받아야 된다. 간단하게 확인을 하는 방법은 철근의 간격이 일정한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으로 규칙적인 배열이 되어 있고 없고의 차이를 보는 것이다.

셋째, 단열재는 제품 시험 성적서만 믿지 말고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여름에 덜 덥고, 겨울에 덜 춥게 해주는 것이 단열재의 역할이다. 단열재의 종류와 등급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설계도서에 어떤 단열재를 쓰라고 표기되어 있다. 모든 단열재는 종류와 등급에 대한 표시가 있어서 구분할 수 있는데, 건축도서를 보고 어떠한 단열재인지 잘 모르겠다면 시공자 혹은 감리자에게 도면에 표시되어 있는 종류와 등급을 확인 하고 단열재가 현장에 들어오는 날 눈으로 꼭 확인을 하자.

넷째는 방수 확인인데,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건물의 외부 방수는 비가 와야지만 확인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내부의 방수는 인위적인 테스트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화장실 및 소규모 발코니는 담수 테스트라는 것을 통해 방수가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하루 정도 물을 채워 놓고 누수가 일어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 테스트는 후반 공정에 들어가는 것인데, 현장이 아무리 바빠도 시공사에 요청해서 꼭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최종 마감이 끝난 상태에서 다 걷어내고 다시 시공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분쟁 시 시공사와 싸울 근거를 준비

건축주와 시공사는 여러 가지 이유로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데 양측 간에 서로 원인 제공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가 있는 것이므로 문제가 되었을 때를 위해 근거를 남기는 것은 꼭 필요하다. 근본적인 방법은 설계도서의 내용에 건축주와 시공사가 상의한 내용을 표현하는 것이다. 분쟁이 일어났을 때 가장 기본적으로 확인하고 판단하는 것은 설계도서와 똑같이 시공되었냐는 것이다. 

건축주는 시공사와 협의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설계도서에 표현이 되어 있지 않고, 다른 증명 가능한 문서가 없다면 분쟁에서 불리해진다. 그래서 건축주와 건축사, 시공사가 미팅을 가져 도서에 최대한 담을 수 있는 내용을 표현해야 하며, 공사 진행 중에 특별한 사항이 생기면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이마저 안 되면 도면에 서명을 하여 증거자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시공과정 중의 확인사항들은 사진으로 다 자료를 남겨놓는 것이 필요하다. 건축주가 공사현장에 자주 가게 되면 시공사와 건축주 모두 피곤할 수 있지만, 주요 공정을 진행할 때나 다른 확인을 하러 갔을 때는 사진 및 동영상 자료를 꼭 남겨놔야 한다.

여섯째, 건축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

집을 짓는 과정은 편의점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을 사는 것처럼 만들어져 있는 것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고 투자비용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때문에 신중한 고려를 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씀드리면, 필자는 집을 짓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집을 짓는 동안 10년 늙는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닐 정도로 많은 일들과 생각할 거리들이 생겨난다. 

건축주는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설계를 건축사에게 의뢰를 하고, 시공을 시공사에게 의뢰를 한다. 전문가를 선택하기 전에는 여러 건축사와 시공사들을 비교하고 깊이 고민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일단 건축사와 시공사를 선택하면 최대한 믿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믿고 의지하면 더 열심히 하고 싶고, 그렇지 않으면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다. 시공사와 공적인 일로 만났기에 업무적 처리는 최대한 냉정하고 세밀하게 해야겠지만 그 이면에는 믿음과 신뢰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다른 모든 삶의 과정도 그러하겠지만 건축 과정은 많은 생각을 요하고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일이다. 여기서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복잡한 과정 속에 만족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사람이며, 이러한 각각의 사람들의 관계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나뉜다는 것이다.

건축 전반에 걸쳐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선택하는 과정은 세밀하고 신중해야 한다. 일단 선택을 한 후에는 무엇보다도 서로의 믿음과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건축주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이익을 기반으로 모인 것이므로 그런 입장을 서로 이해한다면 시공 과정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이는 건축주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사항임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경수 (현)종합건설회사 GL E&C 부장

<본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중앙일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