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1억 미만 ‘꼬마 아파트’에 갭투자 몰렸다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21.06.28 09:04

평택·천안·완주 등 전국서 성행

정부 규제의 허점을 파고든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수)가 성행하고 있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의 ‘꼬마 아파트’가 주요 타깃이다. 집값 대비 전세가율이 80~90%인 곳에선 1000만~2000만원으로도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충남 아산시 배방 삼정그린코아는 올해 들어 289건이 거래됐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38.49㎡의 시세를 보면 매매 가격은 6000만~9200만원, 전셋값은 6000만~8000만원에서 형성됐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이 아파트 매매의 17.6%는 갭투자로 볼 수 있는 거래였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방동의 초원그린타운(전용면적 39.27㎡)은 올해 들어 261건이 거래됐다. 평균 거래 가격은 6664만원이었다. 이 단지의 집값 대비 전세가율(KB국민은행 조사)은 86%여서 갭투자가 몰리기 쉬운 조건을 갖췄다.

경기도 평택시 안중읍도 최근 갭투자가 몰리는 지역이다. 이곳의 늘푸른아파트 단지는 1188가구(전용면적 59㎡)로 이뤄졌다. 이달 들어서만 25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실거래가는 1억3000만~1억9900만원, 전셋값은 1억~1억3000만원이었다. 지난해 6월 이 단지의 실거래가는 9000만~1억2000만원이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지난 21일 기준) 평택시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보다 0.88% 올랐다. 전국 176개 시·군·구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었다. 평택시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11.27%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3.51%)과 비교하면 아파트값 상승 폭이 대폭 확대했다.

전북 완주군에서 지난해 4분기 외지에 주소를 둔 사람들이 아파트를 사들인 비중은 전체의 6.6%였다. 지난 1분기에는 이 비율이 63%로 높아졌다. 전체 669건 중 421건이었다. 특히 서울 거주자가 완주에서 아파트를 매입한 것은 지난해 4분기 여섯 건에서 지난 1분기 335건으로 급증했다.

천안·공주·계룡·아산시 등 충남 거주자의 완주 아파트 매입도 크게 늘었다. 이런 아파트 원정 투자에는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갭투자가 상당수 포함됐다고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부산 사하구 다대동의 몰운대그린비치아파트는 2960가구로 구성됐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49.08㎡는 이달 들어 82건이 거래됐다. 특히 지난 18일과 19일에 13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뉴서울아파트(전용면적 34.65㎡)는 올해 들어 138건이 거래됐다. 평균 거래액은 9963만원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에서 다주택자가 추가로 집을 사면 취득세를 무겁게 물리는 방안을 도입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자는 집값의 8%, 3주택자 이상은 집값의 12%를 취득세로 내야 한다.

다만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를 사면 다주택자라도 집값의 1.1%만 취득세로 내면 된다. 투자 지역과 대상을 잘 고르면 1가구 2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를 무겁게 물리는 대상에서도 빠질 수 있다.

기존 1주택자가 지방 중소도시에서 꼬마 아파트를 매입해 2주택자가 됐더라도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아파트를 먼저 팔면 양도세 중과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수도권과 광역시·세종시에선 양도세 중과를 적용한다.

최근 온라인 부동산카페 등에는 갭투자가 가능한 곳을 소개하거나 문의하는 글이 부쩍 늘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유료 부동산 강의 등에서 만난 사람들이 버스를 빌려 지방 중소도시를 돌기도 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지역 경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단기 시세 차익만 좇아 ‘묻지마 투자’를 하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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