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 현금부자' 잔치 된 원베일리···4인가족 어림없었다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21.06.28 09:16

대부분 커트라인 70점대, 84점 만점도 나와

40대 후반 주부 김모씨가 눈물을 훔쳤다. 25일 0시가 되자마자 스마트폰에서 한국부동산원의청약홈 앱을 열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당첨자를 확인하고 나서다.

김씨는 결혼해서 지금까지 래미안원베일리 인근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 남편, 중·고생 자녀 둘과 한 식구다. 다른 단지에 청약하지 않고 같은 동네에 나오는 래미안원베일리 분양을 기다려왔다.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소형 주택형에 신청했다.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분양대금 상당 부분을 마련했다. 청약가점이 4인 가족(부양가족 수 3명) 만점인 69점이어서 내심 당첨을 기대했다. 하지만 당첨자 커트라인이김씨보다 가족이 한 명 더 많은 73점이었다.

김씨는 “몇년을 기다려온 내 집 마련 꿈이 깨진 기분”고 한숨을 쉬었다.  

'15억 로또'로 불리는 래미안원베일리가 다시 한번 더 기록을 세웠다. 25일 발표한 224가구의 당첨자 가점이 2007년 청약가점제 도입 이후 최고로 꼽힌다. 이 단지는 역대 최고의 분양가(3.3㎡당 5653만원)로, 2003년 강남구 도곡동 옛 도곡주공을 재건축한 도곡렉슬(9만7000여명)에 이어 가장 많은 3만6000여명의 청약자를 빨아들였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으로 매긴 점수로 당첨자를 선정한다. 85㎡(이하 전용면적) 이하 100%, 85㎡ 초과 50%에 적용한다.  

6개 주택형 중 5개 커트라인이 73점 이상

래미안원베일리 당첨자 커트라인이 6개 주택형 중 하나만 69점이고 나머지는 73점 이상이다. 73점 이상은 5인 이상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점수다. 6개 주택형 커트라인 평균이 73.5점이다.

6가구를 모집하고 경쟁률이 471대 1이었던 74㎡가 78점으로 가장 높았다. 가족 수 6명에 해당하는 점수다. 이 주택형에서 84점 만점이 나왔다. 만점은 7인 이상 가족 점수다.

2006년 판교신도시 청약 돌풍을 누르고 지난달 역대 최고인 80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화성시 동탄2신도시 동탄역디에트르퍼스티지의커트라인 평균이 71.8점이었다. 주택형·지역별 12개 모집단위에서 69점이 4개이고 나머지가 70~74점이었다. 

집값 급등으로 로또 금액이 올라가며 청약경쟁률과 함께 당첨자 커트라인도 치솟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약가점의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은 만점(각 15년 이상, 각 32,17점)이 기본이고 가족 수

가 당락을 좌우하게 됐다. 자녀가 셋 이상인 ‘다둥이네 ’가 대거 청약한 것으로 풀이된다.

래미안원베일리는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세 자녀 이상 가구를 위한 다자녀 특별공급이 없기 때문에 다자녀 가구도 일반공급에 신청할 수밖에 없다.

자녀가 많지 않으면 부모나 배우자 부모와 함께 살면 부양가족 수에 포함할 수 있다. 다만 부모(배우자 부모)가 집이 있으면 부양가족 수에서 빠지기 때문에 무주택이어야 하고 3년 이상 같이 살아야 한다.  

65세 이상 노부모와 살면 노부모부양자 특별공급에 신청할 수 있으나 다자녀 특별공급과 마찬가지로 래미안원베일리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  

김보현 미드미네트웍스 상무는 “특별공급 물량이 없어 특별공급 대상자가 몰리며 일반공급 당첨자 커트라인이 확 올라갔다”고 말했다.  

분양가 9억 넘으면 특별공급·중도금 대출 제한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래미안원베일리는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한다. 분양가의 80%를 자력으로 마련해야 한다. 가구당 7억2000만~14억원이 필요하다.  

분양가가 비싸고 로또 액수가 큰 강남 아파트는 현금부자여야 신청할 수 있는데 특별공급이 없어지면 ‘다둥이 현금부자’가 아니면 당첨이 어렵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자녀가 많고 자금력이 좋으면서 집을 사지 않고 무주택으로 사는 전문직·대기업 임원 등이 의외로 많다”고 전했다.

경제력의 상징이라는 다자녀가 이제는 로또 분양을 잡아 ‘벼락부자’가 될 수 있는 지름길이 됐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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