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 집값 17% 올랐다는데, 공시가 86% 뛰었다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21.07.02 17:52

국토부 “시스템상 통계조작 불가능”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진실을 잘못된 통계로 감추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이 86%나 올랐는데, 아파트값 상승률은 17%밖에 안 된다는 정부의 말이 거짓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정부가 밝힌 부동산 시세 상승률과 공시가격 상승률의 차이가 다섯 배에 이르는 것은 ‘부동산 통계 조작’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3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 4년 서울 아파트 시세와 공시가격 변동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집값이 안 올랐다던 정부가 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은 집값 상승의 5배나 올렸다”면서 “대통령과 청와대는 더는 국민을 속이지 말고 지금 당장 깜깜이 통계, 조작 왜곡 통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취임 초인 2017년 서울 아파트값(99㎡ 기준)은 6억2000만원에서 올해 11억1000만원으로 4억9000만원 올랐다. 상승률로 치면 79%다. 같은 기간 정부가 결정 공시한 공시가격은 4억2000만원에서 7억8000만원으로 3억6000만원(86%) 올랐다.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뜻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취임 초 68%에서 올해 1월 70%로 2%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정부의 설명대로 따져보면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더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 경실련의 지적이다. 정부가 주장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17%를 적용하면 문재인 정부 취임 초 서울 아파트값 6억2000만원은 올해 1월 기준 7억2000만원이 된다.

현재의 공시가격(7억8000만원)은 시세보다 6000만원 더 높아 현실화율이 107%에 달한다. 이 경우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집값보다 높아지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경실련은 “공시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집값이 그만큼 올랐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장기간 하향 안정세’라고 보도자료를 내며 거짓 통계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서울 25개 자치구 내 75개 아파트단지의 11만5000세대를 대상으로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 정보와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격을 비교 분석했다. 조사 기간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였다.

경실련의 분석은 정부가 발표한 아파트값 상승률과도 차이가 컸다. 지난 1월 경실련은 청와대에 발송한 공개질의서에서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얼마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2017년 5월~2021년 1월까지 17.17%”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경실련의 분석에 따르면 강남 지역 아파트 시세 상승률은 74%였으며, 비(非)강남 지역은 이보다 높은 8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실련은 “공시가격을 86%나 올려놓고도 집값이 안 올랐다고 주장하는 관료들에게 청와대는 아무 책임도 묻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금 당장 거짓 통계가 어떻게 작성되고 있는지 파악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사상 최대의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서민들의 가슴이 무너지고 고통받고 있지만 정부는 부동산값 폭등 실태에 대해 제대로 인정한 바 없다”며 “왜곡된 통계 사용을 당장 중단하고 통계 생산 전반에 대해 재검토 및 공개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민이 체감하는 집값 상승률이 정부가 발표한 것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실련이 얘기하는 것처럼 통계를 조작할 이유도 시스템상 조작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거래가격지수를 발표하고 있으면서도 그보다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는 매매가격지수를 기반으로 집값 상승률 통계를 뽑아 쓰는 건 정부의 실책을 의도적으로 감추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동안에도 정부가 사용하는 아파트 가격 통계가 실제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계속 제기됐다. 정부 통계를 작성하는 한국부동산원에서는 주택가격 동향과 관련한 통계로 매매가격지수와 실거래가격지수 두 개의 통계를 발표한다.

표본조사를 통해 작성하는 매매가격지수는 단기간에 많은 지역의 변동률을 확인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특정 기간의 가격 변화를 분석하는 데는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반면에 실거래가격지수는 반복매매모형을 적용한다. 실거래 신고가 2회 이상 발생한 동일 주택의 가격 변동률과 거래량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실제 가격 변화를 가장 잘 반영한다.

미국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케이스실러 지수도 반복매매모형을 쓰고 있다. 이 통계를 활용하면 경실련이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게 집값이 올랐다.

이가람·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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