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이하 주택 구입액, 3년간 35조원…"부모 찬스로 불평등 심화"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21.10.18 09:31

“상대적 박탈감, 부동산 블루 원인”

최근 3년 사이 20대 이하(1~29세)의 주택 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집값 급등에, 전셋값까지 크게 오르자 빚을 내서라도 '영끌 매수(영혼까지 끌어모아 아파트 매수)'에 나선 젊은 층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20대가 소득과 금융회사 대출만으로 집을 매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들 대부분은 사실상 '부모 찬스'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편법 증여 의심 사례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

심지어 경제력이 없는 10대 이하(1~19세)의 주택 매수도 지난 3년 새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와 같은 '부의 대물림'에 따른 자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대 이하 주택 구매 3년간 35조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회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연령대별 주택 구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20대 이하의 주택 구입 건수는 14만1851건, 거래금액은 35조537억원으로 집계됐다.

20대 이하의 주택 구입은 2019년 3만5270건에서 지난해 6만1919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8월까지 4만4662건으로 집계됐다. 8월까지 추세대로라면 올해도 지난해 수준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 10대 이하의 주택 구입은 지난 3년간 2006건으로 거래금액은 총 354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이하의 주택 구입은 2019년 332건에서 지난해 728건으로 2.2배 증가한 데 이어 올해는 8월까지 946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거래량을 넘어섰다.

전체 주택 구매에서 2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도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 전국 기준으로 2019년 1분기(1~3월) 4.5%였고, 지난해 3분기(7~9월)까지 4.3~4.7%를 유지했다. 하지만 '패닉바잉(공항매수)' 바람이 분 지난해 4분기 비중이 5.9%로 증가하더니 올해 7~8월에는 6.3%까지 높아졌다.

특히 지난 8월(6.5%)에는 부동산원이 해당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9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김회재 의원은 "소득이 적은 20대 이하 주택구입의 대다수는 부모 등을 통한 '가족 찬스' 덕분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만 10세 미만 주택 구입자의 59.8%는 증여로 주택자금을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증여세 아끼려고 '편법 증여'…갭투자도

국토교통부의 주택자금 조달계획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997년생(만 24세) A씨는 지난해 8월 용산구 주성동의 주택을 19억9000만원에 매수했는데, 매입자금의 89.9%(17억9000만원)를 어머니에게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30년 만기, 연이율 2.70%,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조건으로 은행 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매달 내야 할 원리금은 726만원에 달한다.

부모에게 돈을 빌릴 때는 차용증을 쓰고 공증을 받은 뒤 매달 이자를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서다. 부모가 성인 자녀에게 현금을 증여하면 5000만원까지 비과세 적용을 받고, 그 이상의 금액에 대해서는 액수에 따라 증여세율이 최저 10%(과세표준 1억원 이하)에서 최고 50%(과세표준 30억원 초과) 적용된다. A씨가 부모로부터 증여를 받았다면 내야 하는 세금은 5억1992만원이다.

10대가 자기 자금과 '갭투자(전세 낀 거래)'로 주택을 구입한 사례도 있다. 2018년 서울에서 24억9000만원에 주택을 공동으로 구입한 2018년생 B씨와 1984년생 C씨의 경우 각각 9억7000만원을 자기 예금에서 조달하고 임대보증금 5억5000만원을 더해 주택을 구입했다고 신고했다.

당시 만 0세이던 2018년생이 증여나 상속 없이 9억7000만원의 자기 자금을 보유하고, 이를 주택 구매에 사용한 것이다.

'합법적인' 증여도 늘고 있다. 올해 1~8월 아파트 증여 건수(부동산원 조사)는 5만8298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로 가장 많았다.

부모 찬스 없는 20대의 '부동산 블루'

하지만 이런 '부모 찬스'가 자산 격차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김 의원이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통해 MZ세대(20~30대)의 자산 격차를 분석한 결과, 20대 가구의 자산 상·하위 20% 간의 차이는 지난해 38.92배로 나타났다. 2019년엔 33.42배였다.

'부모 찬스' 등을 쓸 수 없는 이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모 찬스를 쓰기 힘든 젊은이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집값 상승에 따른 '부동산 블루'(부동산 우울증)의 또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회재 의원은 "자산 격차가 청년들의 꿈마저 빼앗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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