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숨만 쉬고 돈모아야산다 …사전청약 공공분양 9억 시대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21.11.08 09:49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고삐 풀린 분양가?

지난 9월 경기도 수원시 광교신도시에 분양한 힐스테이트광교중양역퍼스트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 분양가가 9억2600만~9억8500만원이었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분양가를 규제하는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국민주택 규모(85㎡ 이하) 분양가가 9억원 넘기는 처음이다.

9억원은 정부가 세제·대출 등을 규제하는 ‘고가주택’ 기준이다. 9억원이 넘으면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한다. 국민주택이 고가주택 반열에 오른 셈이다.

광교신도시 분양 초기인 2008년 9월 같은 크기 분양가가 4억3000만원이었다. 2015년 9월 5억9000만원으로 7년 새 37% 상승했다. 이번에 9억원이 넘는 금액으로 6년이 지나는 동안 60% 넘게 뛰었다. 2008년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성남·하남시에 걸친 위례신도시에서도 59㎡ 이하 분양가가 2010년 사전예약 때 3.3㎡당 1250만원에서 지난 8월 1차 사전청약 때 2420만원으로 100%가량 올랐다.

▲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분양가가 3.3㎡당 6000만원에 육박한 서울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공사 현장. 신도시 등 공공택지 분양가도 3.3㎡당 250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사전청약 공공분양 3.3㎡당 2700만원 넘어

이런 분양가 상승세는 기존 아파트값을 앞질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08년 4월부터 지난 9월까지 광교신도시가 속한 수원시 영통구 아파트값이 76% 올랐다. 위례신도시 사전예약부터 1차 사전청약까지 10여년간 송파구 아파트값 상승률이 34%다.

광교신도시 힐스테이트광교중앙역퍼스트와 같은 민영주택에 이어 한국토지주택이 좀 더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공분양도 국민주택 규모 9억원 시대를 앞두고 있다. 2차 사전청약 분양가가 84㎡ 기준으로 9억원을 넘는 문턱인 3.3㎡당 2700만원을 넘어섰다. 성남신촌 59㎡가 3.3㎡당 2719만원이다. 84㎡에 적용하면 9억5000만원가량 된다.

이월무 미드미네트웍스 대표는 “아직은 3.3㎡당 2700만원이 넘는 84㎡가 나오지 않아 공공분양 분양가가 9억원을 밑돌지만 조만간 9억원을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분양가가 뛰면서 저렴한 주택 대명사인 공공분양도 일반 주택수요자의 경제적 부담능력을 벗어나고 있다. 9억원은 도시 근로자 가구가 10년 넘게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금액이다.

사전청약 소득 기준에 적용되는 지난해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603만원으로 연 소득으로 7200만원 정도다. 9억원의 40%인 3억6000만원을 20년 만기로 대출받을 경우 원리금을 갚는 데 소득의 40% 가까이 들어간다.

광교신도시에서 2015년 이후 분양가가 60% 넘게 오르는 동안 소득은 30%도 늘지 않았다. 2015년에 적용된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474만원(연간 5700만원)이다.

도심에선 더하다.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은 가격이 2014년 10월 3114만원(서초구 서초동 래미안서초에스티지)에서 지난 6월 5653만원(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으로 80% 뛰었다. 같은 기간 서초구 아파트값 상승률이 35%다.

서울 분양가 4년 새 50% 상승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3.3㎡당 서울 분양가가 2014년 5월 1945만원에서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 2116만원으로 3년간 9% 올랐다. 지난 9월 기준으로 3141만원으로 그 뒤 4년여간 50% 정도 상승했다. 서울에서는 84㎡ 평균 분양가가 10억원대에 들어섰다.

김정아 내외주건 상무는 “분양가가 9억원이 넘으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서울과 수도권 주요 공공택지에선 주택 수요가 많은 국민주택 규모도 대출받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분양가가 뛰는 이유가 뭘까. 분양가 규제 장치인 분양가상한제가 원가 연동에서 변경돼 시세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는 땅값(택지공급가격)과 정부가 고시하는 건축비를 합쳐 산정한다. 건축비는 건축자재 등 건축 재료 가격이다. 공공택지에서 땅값은 당초 공공택지를 조성하는 데 들어가는 조성원가 기준으로 책정됐다.

60㎡ 이하 용지는 조성원가의 95%, 60~85㎡ 용지 110%였다. 2015년 감정가격으로 바뀌었다. 감정평가가 시세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분양가상한제 땅값이 시세를 따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비싼 지역에선 감정가격이 조성원가보다 훨씬 비싸다.

조성원가는 한번 산정되면 거의 변화가 없지만 택지 공급 시기가 늦어질수록 그사이 땅값 상승이 반영돼 택지공급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시세 반영하는 땅값이 분양가 좌우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조성원가가 3.3㎡당 886만원이다. 지난해 2월 분양한 공공분양 아파트의 택지 감정가격이 3.3㎡당 2784만원이었다. 지난 8월 분양한 공공분양 택지 감정가가 3.3㎡당 3256만원으로 1년 반 사이 17% 올랐다. 조성원가의 370%다.

두 아파트 건축비가 3.3㎡당 700만원대로 비슷했지만 택지공급가격이 오르며 분양가가 3.3㎡당 2200만원에서 2430만원으로 상승했다.

강남 재건축 등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도 택지공급가격을 감정평가해 산정하기 때문에 땅값 상승으로 분양가가 뛰었다.

택지비가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분양가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래미안원베일 분양가에서 택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81%다. 건축비는 민간택지든 공공택지든 대개 3.3㎡당 1000만원 이하다. 나머지가 택지비다. 땅값 상승이 분양가상한제 분양가에 전가되고 있다. 분양가 잡기는 땅값과의 씨름이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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