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은행들, 아파트 잔금대출 한도도 줄였다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21.11.08 10:00

필요한 만큼만 대출, 전세·잔금 대출 심사 강화

연말로 갈수록 대출길이 좁아지고 있다. 시중은행이 잇달아 전세자금은 물론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최근 은행권은 아파트 잔금대출 한도를 분양가 이내로 제한하거나 심사를 강화하며 대출 문턱을 높혔다.

전세대출도 계약갱신의 경우 전셋값 오른 만큼만 대출을 내주고 있다.

잔금 대출 어떻게 바뀌나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달 대전 유성구의 한 아파트 분양 관련 잔금 대출 한도를 분양가의 70% 이내로 제한했다. 5억원(전용 85㎡ 분양가)이던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고 10억원 이상에 거래되자 대출이 크게 늘 것을 우려해 분양가의 70% 이내(3억원 선)에서만 대출을 내주겠다고 못 박은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해당 아파트만 분양가 70%로 한도를 책정한 것"이라며" 집단 대출을 진행 중인 다른 지역 아파트는 감정가 기준으로 대출을 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사진은 2일 오후 서울 시중은행 대출 상품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최근 시중은행 중심으로 잔금대출 등 집단대출 심사가 강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입주 예정 단지의 잔금대출은 중단하지 않기로 했지만 전세대출과 달리 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역시 잔금대출 한도 기준을 변경한 것은 아니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은 고위험 대출자에 대한 잔금 대출 한도를 깐깐하게 심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분양 아파트의 현 시세를 기준으로 한도를 산출하되 분양가 이하로만 대출을 내주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미 지난 9월 29일부터 집단대출 중 입주 잔금 대출의 담보 기준을 기존 'KB시세 또는 감정가액'에서 '분양가격·KB시세·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바꿨다. 지금까지는 잔금 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대부분 현재 시세를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적용했기 때문에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여유 있게 잔금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담보기준에 분양가격이 포함되면 잔금대출 한도가 상당폭 줄어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시세나 감정가액보다 낮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분양가 5억원인 아파트가 입주 시점에 10억까지 뛰어 3억8000만원(LTV 40%)까지 대출을 내준다면 사실상 LTV 76%의 대출을 취급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투기과열지구 기준) 분양가의 40%로 기준이 바뀌면 과도한 대출을 취급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잔금 대출에 나서지 않는 은행도 있다. NH농협은행은 올해 연말까지 잔금 대출을 자제하고 내년부터 승인하되, 앞서 중도금 대출을 내준 아파트 사업장에만 취급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타 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은 사업장에 대해서도 잔금 대출을 취급해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농협은행에서 중도금대출을 받은 아파트에 한정해 잔금대출을 하겠다는 의미다.

전세 대출, 잔금일 전까지 오른 만큼만

그 뿐이 아니다. 은행들은 최근 전세자금 대출 심사도 강화하고 있다. 실수요가 아닌 것으로 의심되거나 투자 등 다른 곳에 돈을 쓸 수 있다고 판단되면 대출을 해 주지 않는 것이다.

은행들은 일제히 지난달 말부터 전세 계약 갱신에 따른 전세대출의 경우 한도를 전셋값 증액 범위로 제한하고 있다. 전셋값이 오른 만큼만 전세자금을 대출해준다는 의미다.

또 신규 전세 세입자는 지금까지 입주일과 주민등록 전입일 중 이른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전세대출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은행들은 이제 임대차계약서에 적힌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신청을 받고 있다. 자력으로 잔금을 치를 수 있는 사람이 투자 목적으로 필요 이상으로 대출받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홍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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