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급증한 강남권 "일단 버텨보자"…일각선 위헌청구 움직임도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21.11.22 16:45

'똘똘한 1채' 선호에 수도권 외곽 등 중심으로 급매 증가 가능성

'역대급' 종합부동산세 과세가 22일부터 본격화된 가운데 서울 아파트 일대 중개업소에는 종부세 관련 문의는 많았지만 당장 매물이 늘거나 호가가 하락하는 등의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다음 종부세 과세 기준일이 내년 6월 1일까지로 시간적 여유가 있고, 당장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만큼 일단 시장 상황과 대선 공약 등을 지켜보려는 다주택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미 지난 6월 1일 기준으로 과세 대상이 확정됐고, 세부담액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어서인지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일단 대선을 앞두고 버티기에 들어간 사람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아직 종부세 고지서를 못 받은 사람이 많다 보니 매물, 호가 등에 변화가 있으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종부세 걱정을 하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당장 팔겠다는 반응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홈텍스 등으로 종부세액이 공개된 이후 일선 세무사 사무실이나 은행 프라이빗뱅킹 등에는 다주택자들의 상담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김종필 세무사는 "이번에 늘어난 종부세에 놀란 다주택자들이 매도 여부를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며 "종부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다주택자들은 결국 매도를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사진은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 마포구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부동산 커뮤니티에도 매도 여부를 고민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1주택을 추가로 사들이면서 실거주 목적의 2주택자가 된 뒤 처음으로 종부세 고지서를 받았다는 한 카페 회원은 "외벌이라 내년, 내후년까지 버티기 힘들 것 같아서 너무 걱정"이라며 "실거주 목적으로 산 것인데 내후년쯤 팔고 전세로 살아야 할지 암울하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간 와중에 사정이 급한 사람은 급매를 내놓을 수도 있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예상했다.

용산구 한강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거래 침체가 극심한데 종부세 매물이 나와도 팔릴지 의문"이라며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계속되면 호가도 결국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의 세부담이 커지고 '똘똘한 1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지면서 양도세 절세를 위해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조정지역 주택을 먼저 팔려는 움직임도 나타날 전망이다.

한 세무사는 "다주택자들이 양도세나 종부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수도권이나 지방 조정지역의 주택을 먼저 팔아 주택 수를 줄이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종부세 부담 때문에 주택 매도가 본격화한다면 이들 지역의 집값이 먼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급증한 보유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시장에선 전·월세 호가를 올리는 부작용도 감지된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월세를 모아 그 돈으로 세금을 내겠다는 집주인도 많지만, 당장 다음 달까지 내야 할 목돈이 필요하다 보니 전세금을 올리겠다는 집주인들도 적지 않다"며 "최근 전세가 잘 안 나가는데도 종부세 부담 때문에 일단 전세금을 최고가로 올려 내놓는 집주인들이 있다"고 전했다.

종부세 부담이 급증하면서 단체로 종부세 위헌 청구에 나설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재만 세무사(전 대전지방국세청장)가 이끄는 종부세위헌청구시민연대는 종부세 위헌소송 전문 법무법인과 세무사들의 선임을 마치고 조만간 참여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이 세무사는 "종부세의 경우 위헌 결정이 나더라도 위헌청구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미 납부한 세금을 되돌려 받을 수 없다. 위헌청구 절차상 조세불복심판, 행정소송, 위헌청구의 3단계를 거쳐야 하며 내년 2월 28일까지는 조세불복심판 청구를 마쳐야 한다"며 참여를 독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