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묶여…지방은 청약 미달, 수도권은 계약 포기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22.01.06 09:56

얼어 붙는 아파트 청약 시장

‘불패’를 이어가던 아파트 청약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청약 미달’ 단지가 속출하고, 수도권에서는 수십 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도 ‘미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5일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4~16일에 대구시 달서구 해링턴 플레이스 감삼 3차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358가구 청약에서 1, 2순위까지 85명만 신청했다.

같은 기간에 청약받은 대구시 달서구 두류 중흥S-클래스 센텀포레와 동구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도 2순위까지 모두 미달됐다. 울산, 경북 포항, 경남 사천, 전북 익산, 전남 구례 등에서 최근 진행한 청약에서도 미달 사태가 이어졌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 조사(3일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9~10월) 전국에서 분양된 707개 단지 가운데 정식 청약에서 마감하지 못하고 미달이 발생한 단지는 117곳으로 전체의 16.5%를 차지했다. 지난해 1분기 6.8%, 2분기 10.7%, 3분기 8.8%와 비교해 많이 늘어난 수치다.

4분기 청약 미달 발생 지역은 지방에 집중됐는데, 대구(54.7%), 경북(51.2%), 울산(42.9%), 전남(40.0%) 등 순으로 미달률이 높았다. 대구의 평균 청약 경쟁률도 지난해 1분기 8.61대1에서 4분기에는 1.23대1로 크게 줄었다. 울산 역시 1분기 21.28대1에서 4분기 1.03대1로 평균 경쟁률이 크게 낮아졌다.

크게 오른 집값에 대한 부담감에 정부의 대출규제, 금리 인상 등이 겹치면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대구·세종 등 일부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전환하는 등 부동산 시장 전반이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청약 시장 분위기도 달라졌다.

특히 최근 청약 미달률이 높은 지역의 경우 아파트 공급이 많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부동산R114 집계에 따르면 지난 3년(2019~2021년)간 대구에서 분양 물량은 연평균 2만7594가구였으며, 올해도 2만6015가구 분양이 예정돼 있다.

지방의 청약 시장이 얼어붙은 반면 서울·수도권은 여전히 높은 청약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지난해 전체 268개 단지의 청약에서 미달을 기록한 곳은 단 6개에 불과했다. 3~4분기에는 미달 단지가 아예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도 미계약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인 예가 GS건설이 지난해 11월에 분양한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송도자이더스타’다.

이 단지는 당시 1순위 청약에서 1533가구 모집에 2만156명이 몰리며 평균 1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당첨자 계약에서 35%가량인 530여 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면 10년간 재당첨 기회가 제한(투기과열지구 내 청약)되기 때문에 당첨자 입장에서는 미계약에 따른 기회비용이 크다. 그런데도 미달 사태가 난 건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돈줄이 꽁꽁 묶인 탓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계약 포기자 일부는 지난 8월 이후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관리로 신용대출이 사실상 막히면서 계약금 마련이 어려워 계약을 포기한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지역별·단지별로 청약 경쟁률에 차이를 보이는 ‘청약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도 상반기까지는 총대출액이 2억원 이상이지만 7월부터는 1억원 이상으로 더 강화된다.

이 경우 기존 대출이 있는 계약자들은 중도금과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청약 또는 계약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전국적으로 분양 물량이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어난 41만2491가구(부동산R114 집계)로 예상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수도권 공공택지 사전청약도 7만 가구가 예정돼 있어 일부 지역에서는 과잉 공급에 다른 청약 미달 사태가 재현할 가능성이 크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의 경우 인기 지역에는 청약이 쏠리고 비인기지역이나 고분양가 단지는 외면받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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