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이름에서 ‘어울림’ 빼주세요…과천 지정타에 무슨 일이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22.01.06 10:11

입주민들 "인기 브랜드 아니면 싫다"

최근 신축하는 아파트마다 ‘이름 짓기’ 각축전이 치열하다. ‘단지명=고급 이미지’라는 공식이 굳어지면서 대형 건설사 브랜드에 각종 고유명사가 붙는 통에 이름이 열자 이상으로 길어지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시공에 나서는 현장이 늘면서 이름이 더 길어진 단지가 많다. 올해 3월에 입주를 앞둔 광명시 ‘철산역롯데캐슬&SK뷰클래스티지’(철산주공7단지 재건축)는 롯데건설과 SK건설이 공동시공했다.

올해 최대분양 단지로 꼽히는 둔촌주공의 새 이름은 ‘둔촌올림픽파크에비뉴포레’인데 4개 시공사(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가 공동사업단을 구성한 터라 공모전을 통해 아예 새로운 이름을 정했다.

이와 반대로 인기 없는 건설사 브랜드를 명칭에서 빼는 곳도 있다. 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한 과천 지식정보타운 S4블록 ‘과천푸르지오어울림라비엔오’의 경우 아파트 이름에서 금호산업의 브랜드명인 ‘어울림’을 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과천푸르지오어울림라비엔오' 단지 외벽에 붙은 금호산업의 로고. 최근 입주민들은 이 간판을 떼냈다. 중앙포토

입주민 동의 80%를 받아 과천시에 건축물 표시 변경 신청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에 앞서 아파트 입구와 외벽에 붙어 있던 ‘어울림’ 로고를 뗐다. 과천시의 한 관계자는 “시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전체 입주민의 4분의 3 동의만 받으면 변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총 12개 블록으로 구성된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대우건설 컨소시엄(대우건설·태영건설·금호산업)은 민간분양 4개 블록을 수주했다. 푸르지오오르투스(S1), 푸르지오벨라르떼(S6), 푸르지오어울림라비엔오(S4), 과천르센토데시앙(S5)으로, 건설사의 지분 투자 비율에 따라 외국어 합성 단어에 각자의 브랜드명을 더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푸르지오어울림라비엔오의 경우 단지명에서 어울림을 빼는 이유로 금호가 직접시공을 하지 않았고 이름이 너무 길다는 이유를 앞세우지만, 인기 브랜드가 아닌 명칭은 넣기 싫다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의 이런 움직임에 금호산업 측은 “입주민들이 추가 요구사항을 들어주면 단지명을 그대로 두겠다고 의사를 전해왔지만, 현업 부서에서 검토한 결과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LH’나 ‘휴먼시아’ 등 공공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전문 브랜드가 들어간 단지명을 개명하는 사례도 많다. 2017년 입주한 부산 동구 범일동 ‘범일LH오션브릿지’는 입주 1년 지나 LH를 떼고, ‘오션브릿지’로 개명했다. 위례신도시의 ‘위례 부영사랑으로’ 단지의 경우 ‘위례더힐55’로 이름을 바꿨다. 최고가 아파트로 손꼽히는 ‘한남더힐’의 이름을 본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브랜드 가치가 아파트 평가에 반영되고 중요해지다 보니 갈수록 이런 민원이 많아지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란을 겪을 수 있으니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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