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신청 말라" 빈다…미분양 공개청약에 우는 아파트, 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22.05.04 11:15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미분양 공개청약 논란

지난해 10월 인천시 송도에 분양한 C아파트. 100가구가 안 되는 소규모 단지다. 청약 접수 결과 일반공급 경쟁률이 58대 1이고 특별공급을 합치면 29대1이었다. 높은 경쟁률은 송도가 지난해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주택시장이 달아오른 영향이 컸다.

그런데 인터넷 청약 사이트인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이 아파트 모집공고가 게시됐다. 한 달에 두 번 실리기도 했다. 계약되지 않은 미분양 물량이다. 한 번에 다 팔지 못하면 미분양이 나올 때마다 계속 공개청약을 통해 분양해야 하기 때문에 업체로선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업체 관계자는 “미분양을 파는 데 행정적·시간적·경제적 손실을 무시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분양시장 열기가 식으며 미분양이 늘고 있는 가운데 골치 아픈 미분양 공개청약까지 해야 해 주택 공급자는 두 번 우는 셈이다. 주택 수요자도 청약 가수요에 밀려 피해를 보고 있다.

미달해야 선착순 임의 분양

지난해 5월 정부는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미분양분의 투명한 공급을 위해 청약홈을 통해 분양하도록 했다. 문제는 청약홈 공개청약 조건이다. 신청자가 공급 가구 수 이상이면 청약홈을 통해 청약 접수하고 입주자를 선정해야 한다. 공급 가구 수에 미달해야 업체에서 선착순으로 임의분양할 수 있다.

청약률과 계약률이 모두 높을 때는 상관이 없었다. 분양경기가 나빠지면서 청약률만 높고 계약이 저조하면 신청자가 모집 가구 수보다 적을 때까지 계속해 청약홈 분양을 반복해야 한다.

▲ 미분양이 증가하는 가운데 미분양 공개분양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한 아파트에 분양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C아파트는 최초 청약에서 29대 1의 경쟁률에도 절반이 넘는 50가구가 미분양됐다. 지난 3월까지 6차례 추가 접수해 29가구를 팔고 남은 21가구에 대해 지난달 7번째 모집공고를 냈다. 6차례 모두 청약경쟁률이 1대 1을 넘겼다. 두 차례는 계약이 한 가구도 이뤄지지 않기도 했다. 7번째 접수에서도 모집 가구 수(21가구)보다 많은 30명이 신청했다. 미분양이 나오면 다시 청약홈에 공개 청약해야 한다.

업체 관계자는 “알리지 않고 '깜깜이'로 분양하는데도 어디서 알고 왔는지 신청한다"며 "제발 신청자가 없기를 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모집 가구가 50가구 정도인 경기도 수원 M아파트는 지난달 1월까지 무려 11차례나 미분양을 청약홈에서 공개청약 접수했다.

경기도 의정부 L아파트는 미분양 2가구를 남겨두고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4차례 분양 공고했다. 3차례 접수에 35명이 신청했지만 모두 계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접수에도 11명이 신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두 가구 때문에 미분양 공개청약이 무한 반복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약홈 공개청약에 업계가 볼멘소리를 내는 것은 되레 미분양 판매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미분양도 한번 분양하는 데 최초 분양과 같은 절차를 걸쳐야 한다. 자치단체로부터 분양 승인을 받아 청약 접수→당첨자 발표→당첨자 계약→예비당첨자 계약을 진행한다. 분양 공고에서 예비당첨자 계약까지 대략 한 달가량 걸린다.

비용도 들어간다. 단지 규모 등에 따라 청약홈 공개청약 수수료가 최고 800만원 정도다. 여러 차례 누적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 경기가 나빠지며 미분양이 늘어나는 것도 속상한데 청약홈을 통한 분양이 미분양을 소진하는 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전국 민간아파트 초기 분양률(분양 시작 후 3~6개월 계약률)이 지난 3월 기준으로 87.7%로 지난해 말보다 6%포인트가량 떨어졌다. 2019년 12월 90%대로 올라선 뒤 2년 6개월 만에 80%대로 다시 내려갔다.

국토부가 집계하는 미분양 물량도 지난 3월 2만8000가구로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새 두 배가 됐다.

청약 가수요에 밀리는 실수요

청약만 하고 계약하지 않는 미분양 청약 가수요 불똥이 실수요에 튄다. 미분양은 해당 지역 무주택자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어 일단 청약하고 보자는 '묻지마 청약'이 많다. 정작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가 분양받지 못한다.

무턱대고 신청해 당첨된 사람도 피해를 볼 수 있다. 계약하지 않으면 상당 기간 분양받지 못한다. 투기과열지구에서 10년, 조정대상지역에서 7년간 재당첨 제한이 적용된다.

김보현 미드미네트웍스 상무는 “분양정보를 투명하게 하려던 조치가 주택 공급자·수요자 모두에게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미분양 청약 가수요를 줄여야 한다고 요구한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분양처럼 일정한 금액의 청약신청금을 받으면 청약 가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 아파트도 과거 3순위 청약 접수 때 청약신청금을 받았지만 3순위가 폐지된 뒤 사라졌다.

과거 청약신청금이 단지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 이상까지 다양했다. 탈락하면 돌려주고 당첨자의 경우 계약금에 합산한다.

미분양분 청약홈 분양 횟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정한 물량 이상이나 처음 몇 차례만 청약홈으로 공개청약하고 이후엔 업체 측에서 임의 분양하면 마케팅을 통해 분양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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