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도 안 팔려요” 서울 올해 아파트 매매 4분의 1토막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22.06.20 10:04

양도세 절세 매물 늘지만 금리인상·대출규제로 매수 실종

주택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에 따라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중앙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거래량은 6681건.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만4553건의 27.2%다. 이 기간 10건 이상 매매가 이뤄진 서울 아파트 단지는 전체 2736곳 가운데 48곳(1.8%)에 불과했다.

또 지난해 1~5월 거래가 한 건이라도 일어난 서울 아파트 단지는 4769곳이었는데, 올해는 2736곳으로 나타났다. 1~5월 중 거래가 한 건도 일어나지 않은 서울 아파트 단지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00곳 가까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국내 아파트 단지 중 가장 규모가 큰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의 경우 올해 5월까지 25건만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5건에 비해 거래량이 4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 중앙일보 조사 결과 올해 1~5월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가 지난해의 27%에 그쳤다. 금리 인상에 따라 매매 급감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9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6864가구의 송파구 잠실동 잠실파크리오도 지난해 5월까지 58건 거래됐던 것이 올해 같은 기간 20건으로 크게 줄었다. 같은 동 잠실엘스(5678가구), 잠실리센츠(5563가구) 등도 지난해보다 거래량이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문의 전화조차 받기 힘들 정도로 매수세가 실종된 상황"이라며 "가격을 내린 급매물도 최근 몇 달간 1~2건 거래된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거래량이 줄면서 가격이 내리는 건 전형적인 약세장 진입 신호다. 잠실 일대는 정부가 집값 추가 상승을 우려해 2020년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만큼 매수세가 몰렸던 지역이다.

이같이 거래량 감소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지난달 10일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가 시행되면서 시중에 매물은 크게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19일 기준 6만4175건으로 양도세 중과 배제 시행 전(5월 9일)보다 16.1% 증가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대출 이자 부담에 선뜻 아파트 매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17일 기준 연 4.3∼7.1%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금리가 3.6∼5.0%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금리 상단이 2.2%P 치솟은 것이다.

실제 대통령선거 이후 규제 완화 기대감에 반짝 상승했던 매수심리는 다시 위축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8.8로 지난주(89.4)보다 0.6포인트 하락하며 6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 부담 등으로 집을 정리하려는 매도인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여의도, 목동, 잠실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의 거래 가뭄이 특히 심각하다.

급매물 위주로만 가끔 거래되다 보니 집값도 하락세를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02% 하락해 3주 연속 하락했고, 지난주(-0.01%)보다 하락 폭도 커졌다. 서울 외곽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성북구 일대는 물론 강남권인 송파·강동구, 강북 인기 지역인 마포·성동·서대문구 등지까지 일제히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기준으로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서울 25개 구 가운데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이 작년보다 오른 곳은 서초(0.57%), 강남(0.32%) 등 강남 핵심지역과 대통령실 이전 호재가 있는 용산구(0.39%), 재개발·재건축 기대심리가 큰 동작구(0.04%)와 양천구(0.01%) 등 5곳뿐이다. 나머지 21개 구는 누적 상승률이 모두 마이너스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가 최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거래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정책의 대상이) 무주택자가 아닌 생애최초구입자라는 점에서 한정적이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기존대로 7월 이후 1억원 이상 대출자에게도 적용되면서 더욱 강화되기 때문"이라며 "서울 집값이 높은 상황에서 고소득자가 아니면 사실상 대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새 정부가 공급 확대를 위한 재건축 등 규제 완화, 보유세 감면 등을 추진 중인 만큼 하락 폭이나 하락 기간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여전히 통화량이 많고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라며 "금리가 올라도 부동산 가격은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도 받기 때문에 급격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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