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주택 사흘이면 짓는데…국내선 상용화 안돼 미국 수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22.06.21 10:20

싸고 빠른 친환경 건축 기술로 인기

기계가 출력한 집, 3D 프린팅 주택이 올해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전망이다. 시범주택을 넘어서 사람이 실제 사는 집으로 지어지면서다. 미국이 발 빠르다. 텍사스 오스틴에서 3D 프린팅 주택 100채가 올해 안에 지어진다. 건설회사 레나와 건축기술 업체인 아이콘이 합작해 짓는 첫 대단지다.

올 초에는 3D 프린팅 주택이 부동산 거래 플랫폼 ‘질로우’(Zillow)에 매물로 올라와 화제였다. 뉴욕 리버헤드에 위치한 3D프린터 주택으로, 미국의 3D 프린팅 기술업체 ‘SQ4D’가 출력한 집(건축면적 130.7㎡)의 가격은 주변 시세의 절반보다 싼 3억대였다.

세계 건설업계가 3D 프린팅 기술에 앞다퉈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싸고 빠르고 친환경적으로 건축할 수 있는 신기술로 주목받으면서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오하이오주 해밀턴의 철강 제조 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 “3D 프린팅 기술은 여러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놀라운 기술”이라며 강조하기도 했다.

해외 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한국의 대응은 더디다. 국내 IT 및 건설, 융합기술 기업인 HN 그룹의 노영주 대표는 “3D 프린팅 주택을 국내 시장에 상용화하기 위한 기준 자체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대가(家) 3세 정대선 사장이 설립한 HN 그룹은 건설용 3D프린터를 자체 개발·생산해 시공까지 한다.

▲ HN그룹이 경기도 김포시에 지은 3D 프린팅 주택. [사진 HN그룹]

이 회사가 2020년 미국에 설립한 3D 건설기계 회사인 블랙버팔로3D는 한국에서 개발한 장비를 미국 주택시장에 수출하며 활로를 찾고 있다. 미국 3D 프린팅 건설회사 알퀴스트가 버지니아주 남서부에서 추진하는 200채 규모 주택 건설 프로젝트에 3D 건설용 프린터 공급사로 참여한다.

20일 서울 장충동 본사에서 만난 노 대표는 “미국에서 본점을 내고 역으로 한국으로 들어온 ‘북창동 순두부’처럼 3D 프린팅 주택도 해외에서 활성화한 뒤 때가 되면 한국으로 역진출하는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왜 한국 시장은 어렵나  

“3D 주택이나 건설 장비 관련 평가 기준 자체가 없다. 국토교통부나 관련 기관에서 신산업으로 인정해주고 관련 법규 등 기준부터 만들어 민간과 협업해 세계 시장을 선도했으면 한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에서 3D 프린팅 사업을 차세대 건설사업으로 키우겠다며 대대적인 지원에 나선 상태다.”

-3D 프린팅 주택 시장 전망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서 2027년 세계 3D 프린팅 건설 시장 규모를 약 42조로 내다봤다. 올해부터 연평균 성장률이 매년 100%가 넘는다. 고령화에 직면한 건설시장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빠르고 싸게 대량으로 주택 공급을 하고, 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과 같은 비정형 건물도 손쉽게 출력할 수 있다.”

-현재 기술력은 어느 정도인가

“당사에서 세계 최대 크기의 3D 프린터(가로·세로·높이 12m)를 개발한 상태다. 40평대 3층짜리 집을 뚝딱 출력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 2월 경기도 김포에 가로 7.5m 및 세로 3.6m의 원룸 형태의 시범주택(건축면적 27㎡)을 3D 프린팅으로 뽑았다. 벽체 시공하는데 3일 정도면 충분하다. 현재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곡선 형태의 조경 벽체도 3D 프린팅으로 출력해 납품하고 있다.”

-안전한가 

“기존 시공방법과 비교해 가장 다른 점은 현장 타설할 때 거푸집이 필요 없다는 것 정도다. 3D프린터가 도면대로 콘크리트를 마치 치약 짜듯 쌓아 올려 거푸집을 대신한 집의 테두리 벽체를 만들면 최종적으로 그 안에 콘크리트를 부어 굳힌다. 철근도 설치해 내진구조도 가능하다. 거푸집이 필요 없으니 건설 폐기물량도 90% 줄고, 콘크리트가 아닌 다른 재료로도 출력할 수 있는 등 개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3D 프린팅 건설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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