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선 3억 낮춰도 전세 안나간다…새 아파트 덮친 '입주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22.08.04 10:19

기존 집 안팔리고 잔금도 못구해, 2억 내린 전세매물 속출

재개발 투자를 통해 이달 말 입주를 시작하는 서울 강북 아파트 단지의 집주인이 된 김모씨(48)는 요즘 고민이 많다. 지금 사는 경기 남양주시의 아파트가 안 팔려 입주 예정 아파트를 전세로 내놨는데, 전셋집을 찾는 사람도 없어서다.

김씨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때문에 은행 대출이 다 막혀있어 잔금을 마련할 길이 없다"며 "잔금을 치르려면 전셋값을 더 내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역대급 아파트 거래절벽 현상과 역대급 대출규제가 동시에 이어지면서 새 아파트 입주단지에서는 극심한 '입주난'이 벌어지고 있다.

집주인이 이사 못 오고 전셋집도 안 나가 입주 후에도 '불 꺼진 창'으로 있는 집들이 늘고 있고, 이전 계약가보다 크게 가격을 낮춘 '급전세'로 세입자를 구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입주 단지의 입주난은 주택 거래가 원활하지 않을 때마다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요즘은 그 정도가 특히 심하다.

▲ 지난 6월 말로 정식 입주 기간이 끝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강남센트럴아이파크' 단지는 아직 20% 가량의 집주인들이 잔금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함종선 기자

전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주거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에도 입주난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월30일로 정식 입주 기간이 끝난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센트럴아이파크(499가구)의 경우 아직 잔금을 못 내 연체이자를 내는 집주인들이 20%가량 된다.

인근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는 "요즘은 전세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해 한 번 정해진 전셋값을 4년 동안 유지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집주인들이 입주 예정 기간 내에 전셋값을 쉽사리 내리지 못했다"며 "하지만 '빈집' 상태가 길어지면서 요즘은 계약희망자만 있으면 전셋값을 조정할 수 있다고 하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전용 59㎡의 경우 올 상반기에 14~15억원대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12억원대에 세입자를 찾는 물건이 나오고 있다.

이달 말 입주를 시작하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래미안 엘리니티(1048가구)는 두 달 전 9억원대에 계약되던 전용84㎡ 전셋값이 최근 7억원대로 낮아졌다.

인근의 공인중개사는 "전셋집을 찾는 세입자보다 전셋집을 내놓는 집주인이 많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전셋값은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5320가구나 되는 대단지인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e편한세상금빛그랑메종은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집주인들 사이에 세입자 구하기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단지 전용 59㎡ 전셋값은 지난 6월 4~5억원대에서 최근 3억5000만원까지 급락했다.

단지 인근에서 영업하는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20평형대 아파트 전셋값이 한 달에 1억이나 내려갈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올해 6314가구의 새 아파트가 입주했거나 입주할 예정인 경기도 평택시에서는 전셋집을 찾는 수요가 적어 아파트 시세 대비 전세가율이 20~30%에 불과한 단지들이 즐비하다. 예를 들어 전용 84㎡ 아파트가 시세는 10억원인데, 전셋값은 2억~3억원대인 경우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중도금 대출 9억 규제와 15억 아파트 대출규제, 그리고 DSR규제 등으로 매매는 물론 전세까지 '거래절벽'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에 새 아파트 입주 단지의 입주난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싸고 좋은 전셋집을 찾는 전세 수요자에게는 새 아파트 입주단지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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