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32억 뛰었다…고금리에도 한남더힐 '자이언트 스텝' 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22.08.08 10:17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초고가 주택시장

아파트 한 채를 사는 데 전국 평균 시세의 아파트 두 채 값을 세금으로 냈다. 초고층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의 대명사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87억원에 거래된 타워팰리스 1차 301㎡(이하 전용면적)의 취득세가 10억여원에 달한다. 매수자가 1주택자라는 전제에서다.

정부가 실거래가를 공개한 2006년 이후 지난 6월까지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 1100만건의 취득세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평균 가격이 5억1000만원이어서 아파트 두 채를 살 돈과 맞먹는다.

87억원보다 더 비싼 거래금액이 적지 않았는데 어떻게 취득세가 가장 많을까.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올라 있는 역대 아파트 최고가가 지난 4월 강남구 청담동 PH129(더펜트하우스청담) 273㎡ 145억원이다.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누락됐지만 등기부등본상 최고가는 지난 3월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244㎡ 164억원이다.

연립주택·다세대주택으로 범위를 넓히면 지난해 9월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5차 273㎡ 185억원이 역대 공동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최고 거래가격이다.

시세의 80% 정도로 산정한 공시가격이 163억원으로 올해 공동주택 1위인 PH129 407㎡의 거래가가 200억원 정도로 예상되지만 실거래가공개시스템과 등기부등본에 나오지 않아 확인되지는 않았다.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185억원에 거래된 트라움하우스 5차의 취득세가 1주택자 기준으로 6억4750만원이다.

▲ 용산 한남더힐에서 1년 새 거래가격이 30억원 넘게 올랐다.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지만 초고가 주택 거래가격은 뛰었다. 연합뉴스

전용 274㎡ 초과 취득세 중과

타워팰리스 301㎡ 거래가가 트라움하우스 5차의 절반 정도인데 취득세가 2배에 가까운 것은 집 크기 때문이다. 공동주택에서 전용 274㎡ 초과가 과거 ‘사치성 재산’으로 분류된 ‘고급주택’이어서 취득세가 일반 주택보다 훨씬 높게 중과된다. 농어촌특별세·지방교육세를 제외한 세율이 11%다. 일반주택(1~3%)의 3배가 넘는다.

업계는 일부 초대형을 제외하고 수요자의 고급주택 취득세 부담을 고려해 주택 크기를 274㎡ 이하에 맞추기 여사다. PH129에서 꼭대기 층 407㎡ 2가구 외 나머지 27가구가 273.96㎡다. 트라움하우스 5차 최고가가 273.64㎡다.

타워팰리스에도 원래 고급주택이 없었다. 가장 큰 집이 244.77㎡다. 301㎡는 222㎡와 79㎡를 합친 집이다. 222㎡와 79㎡로 나눠 지어진 수퍼펜트하우스 30가구 중 5가구가 2020년부터 1가구로 합병했다. 주택 수가 2가구인 데 따른 종부세 중과를 피하려는 목적이 컸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종부세 중과가 합병에 따른 취득세 중과보다 더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월 87억원 거래는 합병한 수퍼펜트하우스 5가구 중 처음이다. 합병한 수퍼펜트하우스가 전세로는 지난해 7월 48억원에 거래된 적 있다.

타워팰리스 수퍼펜트하우스 가격이 2년 새 35억원 뛴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7월 222㎡와 79㎡가 각각 55억5000만원과 19억5000만원에 동시에 같은 매수자에 팔렸다.

50억 초과 거래 비중 2배 넘게 커져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올해 주택시장이 침체되는 모습과 달리 타워팰리스 수퍼펜트하우스 등 초고가 주택은 ‘자이언트 스텝’을 밟고 있다. 가격 상승 폭이 잇단 금리 인상에 아랑곳하지 않는 큰 폭이다. 거래가격이 15억원이 넘으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15억원 초과 시장은 어차피 금리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지난 5월 110억원에 거래된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240㎡와 같은 크기의 이전 거래가격이 지난해 5월 77억5000만원이었다. 1년 새 32억5000만 원 올랐다.

2020년 2~3월 46억원 선에 팔린 성동구 성수동1가 갤러리아포레 217㎡가 지난 6월 2년 새 42억원 오른 88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상반기 60억원을 넘어선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 196㎡가 올해 들어 80억원을 찍었다. 지난해 70억원대 초반이던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222㎡도 올해 80억원대에 들었다. 지난 5월 68억원을 기록한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129㎡가 지난해엔 50억원대였다.

초고가 주택 거래도 줄었지만 덜 줄었다. 거래 비중은 더 커졌다. 올해 들어 7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30억원 초과 비율이 4.3%로 지난해(2.3%)의 2배 정도다. 50억원 초과는 지난해 0.36%에서 올해 0.91%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초고가 시장은 매물이 귀한 데다 실수요가 강하고 자금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한 번 거래될 때 가격 상승 폭이 크게 나타나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고가 시장이 일반 주택시장과 괴리된 모습을 계속 보일 수는 없다. 전체적인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 초고가 주택 가격도 꺾인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부유층도 자금 압박을 받게 돼 초고가 주택 수요가 줄고 급한 자금을 마련하려는 급매물도 나오기 때문이다.

트라움하우스 5차 273㎡가 2006년 60억원에서 2008년 120억원까지 올랐다가 이듬해인 2009년 47억원을 기록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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