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재초환 같은 반시장적 규제 풀어 주택 공급 늘려야”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22.08.18 09:53

주택 시장 거래 빙하기 오나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각종 규제 완화를 첫 손에 꼽는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겹겹이 쳐진 부동산 규제는 정상적인 시장가격 형성을 왜곡하면서 여러 부작용만 낳았다.

대표적인 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임대차법 등이다. 분양가상한제로 민간 아파트 분양이 위축됐고, 재초환에 서울 도심의 주요 재건축 아파트는 사업이 멈춰 섰다.

상한제나 재초환은 분양가를 끌어 내리고, 과도한 이익을 환수한다는 취지지만 이들 규제는 결과적으로 주택 공급만 가로막고 있다. 이런 규제는 언제든 다시 집값의 급등이나 급락을 유발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속에 주택 거래가 끊기면서 관련 산업마저 휘청이고 있는 것도 규제 영향이 크다. 단순히 금리가 올라서만이 아니라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한 실수요자의 시장 진입 등이 모두 어우러진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동산 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이야 말로 시장을 정상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집값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어 정책에 따른 집값 반응·변동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지금과 같은 시기야 말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 활성화의 토대를 마련할 때”라며 “시장이 정체된 지금을 오히려 절호의 기회로 삼아 적극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개편안을 시행하면서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재개발 구역. [연합뉴스]

중앙SUNDAY 설문조사에 응답한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우선 상한제와 같은 반(反)시장적, 비(非)정상적 규제 그물을 걷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비정상적인 규제로는 대출 규제가 첫 손에 꼽혔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일정 수준의 대출 규제는 필요하지만 15억원 대출 금지와 같은 정상적이지 않은 규제는 서둘러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15억원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전면 금지는 2019년 12월 16일 등장했다.

하지만 곧바로 위헌 논란을 불러 왔고, 현재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라 있다. 한국주택협회는 9일 한국개발연구원에 의뢰한 ‘주택금융규제의 합리적 개선과 국민경제 안정’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현행 주택 금융 규제는 복잡하고 변화가 잦은데다 낮은 LTV 한도로 인해 실수요자 주택구입 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있다”며 LTV 규제의 단계적 폐지를 주장했다.

부동산개발회사인 피데스개발의 김승배 대표는 “정부가 대출 한도를 정해버리면 실수요자들이 불이익을 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대출 규제를 정상화하고 저리주택기금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취득·보유세 동시 강화와 같은 세제도 서둘러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큰 틀에서는 취득세는 낮게, 보유세는 높게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도 집권 초기에는 취득세와 같은 거래세를 낮추겠다고 했지만, 거래세를 낮추면 다주택자에게만 유리해 진다는 진보진영의 요구에 보유세(재산·종합부동산세)를 올리는 것과 동시에 취득세 또한 중과세한 바 있다. 다만 보유세는 지난 정부에서 비정상적으로 급등했기 때문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풍선효과만 조장한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해제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규제지역을 풀면 대출 규제 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양도세율이 중과세되고, 보유세의 세부담 상한이 150~300%에 이른다. 비(非)규제지역에선 70%인 주담대 LTV는 50%로 내려간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에선 10%포인트 더 낮춰진 40%이고 9억원 초과 주택은 한도가 더욱 적다. 9억원 초과분이 20%이고 15억원 초과는 아예 담보대출을 받지 못한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은 112곳, 투기과열지구는 49곳, 투기지역은 16곳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규제지역을 해제하는 것만으로도 부동산 시장을 상당 부분 정상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주문은 공급 확대다. 주택 매수심리가 꺾이면서 미분양이 증가하자 주택 공급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꾸준히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 정부도 집권 후반에는 규제보다는 공급에 집중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공급 계획을 세운 뒤 실제로 공급되기 까지의 시차(공사기간만 3~4년) 문제가 아니라, 공급 계획을 급조하면서 계획 단계에서부터 주민이나 지방자치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태릉골프장 부지로, 2020년 8·4 대책에서는 1만 가구를 짓겠다고 했지만 주민들이 반대하자 6800가구로 쪼그라들었다. 이후에도 갈등이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지구 지정조차 못하고 있다.

공공 주도로 도심 주택 8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던 지난해 2·4 대책 역시 마찬가지다. 대책의 핵심이었던 도심복합사업의 경우 지금까지 총 76곳의 후보지 중 지구 지정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지역은 8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3기 신도시의 경우 사전청약 등을 진행했지만, 대부분 토지보상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실제 입주는 오는 2028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주택 공급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수도권 주택 인·허가 물량은 9만6157가구로 전년 대비 17.8% 줄었고 착공(-25.8%), 분양(-26.4%), 준공(-7.4%) 등 나머지 지표도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으로 언제든지 집값 상승을 부채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 대선 후보의 부동산 공약 ‘1호’ 역시 주택 공급이었다.

정부도 16일 250만 가구가 넘는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관건은 주택 공급 청사진을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식으로 제시할 수 있느냐다. 그래야만 주택 수요자의 심리를 안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간 이어져 온 불안감만 더 키울 수 있다. 다만,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은 “(정부가 개입해서) 해결하려고 하면 집값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거래절벽은 필연적이기 때문에 가만히 놔두면 거래량이 다시 상승하고, 이에 따라 급매물 거래가 늘어나면서 집값은 점차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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